버드라이트·X·쉬인·MS… 2023년 최악의 마케팅 실수 저지른 브랜드는?
버드라이트·X·쉬인·MS… 2023년 최악의 마케팅 실수 저지른 브랜드는?
  • 김수경
  • 승인 2023.12.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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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치 못한 마케팅 실수, 브랜드 이미지 훼손·매출 감소 등 역효과 불러
브랜드 하나의 마케팅 실수가 기업 전체에 악영향 미치기도
진정성 없는 보여주기식 마케팅, 오히려 역풍 맞아
마케팅 업계의 만능 도구 된 'AI', 민감한 사안에 활용시 주의 필요
©Dylan Mulvaney 인스타그램

브랜드의 마케팅 활동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위한 전략이지만, 때로는 예상치 못한 실수로 브랜드 이미지 훼손, 매출 감소와 같은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브랜드브리프는 2023년 한 해 동안 브랜드 마케터들이 저지른 최악의 실수를 톺아보며 소비자들의 마음을 읽어보고자 한다. 

▲ 버드라이트(Bud Light)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마케팅
미국 최대 맥주 회사인 앤하이저부쉬 인베브(Anheuser-Busch InBev, AB인베브)는 올 초 자사의 맥주 브랜드인 버드라이트(Bud Light)를 홍보하기 위해 26살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인 딜런 멀베이니(Dylan Mulvaney)를 모델로 기용했다. 딜런 멀베이니는 틱톡(TikTok)에서만 1000만 명 이상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인플루언서지만, 버드라이트의 주력 소비자층에게는 환영받지 못했다. 멀베이니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버드라이트 홍보 영상을 올리자, 미국 내 보수 정치인들과 유명인사들은 버드라이트에 대한 보이콧(boycott, 불매운동) 의사를 밝혔고 성소수자(LGBTQ+) 편에 선 소비자들은 버드라이트의 마케팅에 지지 의사를 밝히며 대립구조가 펼쳐졌다.

버드라이트에 대한 보이콧이 거세지자 버드라이트는 알리사 하이너쉐이드(Alissa Heinerscheid) 마케팅 부사장 등 2명을 휴직시키고 11월에는 미국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인 비노 가베(Benoit Garbe)가 회사를 떠나는 등 마케팅 리더십에 변화를 줬다. 그러자, 이번엔 성소수자 옹호 단체의 비판에 직면했다.

본질적으로 양쪽 소비자 모두를 화나게 한 AB인베브는 곧바로 매출 감소에 직면했다. 버드라이트의 보이콧 사태 이후 AB인베브의 2분기 매출이 10.5% 감소했고 같은 기간 소매 업체 매출도 14%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손실의 3분의 2는 버드라이트에서 발생했지만, AB인베브의 다른 브랜드들도 일부 타격을 입었다. 한 브랜드의 마케팅 실패가 회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버드라이트의 트랜스젠더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주력 소비자들과 충성 고객들의 관심사와 가치관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단순히 팔로워 수가 많은 화제의 인플루언서를 내세우는 안일함을 보였다. 또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포괄성(inclusivity) 문제에 대해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브랜드임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사례는 단순히 실패한 인플루언서 캠페인을 넘어, 브랜드가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최악의 마케팅 사례로 남게 됐다.

AB인베브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기업의 전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대응 전략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달 C레벨 임원진으로 구성된 '시니어 리더십 팀(Senior Leadership Team, SLT)'을 신설했다. 전략 커뮤니케이션, 위기 관리, 미디어 관계 및 변화 관리 분야에서 23년 이상의 경험을 가진 전문가 도나 로렌슨(Donna Lorenson) 최고 커뮤니케이션 책임자(Chief Communications Officer)가 SLT를 총괄하며, 미셸 두커리스(Michel Doukeris) AB인베브 최고경영자(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체계로 운영된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트위터 캡처

▲ 트위터(Twitter)의 리브랜딩
일론 머스크(Elon Musk) 트위터 소유주는 지난 7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곧 트위터 브랜드, 점진적으로는 모든 새(새 문양)에게 작별을 고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며 본사 건물에 'X(엑스)' 표시가 있는 사진을 함께 올렸다. 일론 머스크가 해당 트윗을 날린지 하루만에 트위터 웹사이트에는 '파랑새' 대신 검은색 바탕에 흰색으로 표시된 알파벳 'X'가 등장했다. 트위터의 브랜드 이름과 로고를 모두 'X'로 변경한 것. 지난 2006년 설립된 트위터는 '파랑새' 로고를 꾸준히 사용해오며 브랜드의 상징으로 내세웠지만, 지난해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면서 '파랑새'는 역사 속으로 사라자게 됐다.

시장 분석 기관의 추정에 따르면, 이러한 변화는 트위터의 브랜드 자산에 수십 억 달러의 비용을 초래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X' 사용자들은 여전히 플랫폼을 '트위터'라고 부르고 '트윗'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새로운 변화를 반기지 않고 있다. 지난 9월, 트위터의 새로운 CEO인 린다 야카리노(Linda Yaccarino)가 코드 컨퍼런스(Code Conference)에 등장해 'X' 리브랜딩의 의의에 대해 설명했지만, 외신들은 이를 '웃지 못할 불상사 같은 인터뷰'라고 혹평했다. 

▲ WE♥NYC? 여전히 I♥NY!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도시 중 하나인 뉴욕(New York)시가 지난 3월 도시를 상징하는 슬로건 'I♥NY'을 46년 만에 'WE♥NYC'로 리브랜딩했다. 지난 1977년 그래픽 디자이너 밀튼 글레이저(Milton Glaser)가 디자인한 로고 'I♥NY'는 40년 넘게 뉴욕의 상징이자 슬로건으로 역할을 해오다, 'WE♥NYC'로 새롭게 디자인된 것. 

뉴욕시는 이번 리브랜딩을 통해 'I(나)'를 'WE(우리)'로 바꿈으로써 '지역사회와 함께'라는 포괄적인 의미를 담았고, 'NY(뉴욕)'를 'NYC(뉴욕시)'로 바꿔 뉴욕주에서 뉴욕시로 초점을 맞췄다. 또한 로고 서체와 하트 모양은 더욱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재탄생했다고 설명했다. 마리암 바니카림(Maryam Banikarim)과 앤드류 레너(Andrew Lerner)가 이끄는 마리암B(MaryamB)와 광고대행사 파운더스(Founders), 그레인 그룹(Grain Group), 그라함 클리포드(Graham Clifford)가 협력해 만든 새로운 로고는, 원작 로고에 경의를 표하는 동시에 '빅 애플(Big Apple)'로 불리는 뉴욕에 대한 새로운 감각을 고취시키기 위한 것이었지만 뉴욕 시민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대부분의 뉴욕 시민들은 'I♥NY' 캠페인을 더 좋아한다고 밝히며 자신들의 감정을 주저없이 드러냈다.

Shein 로고. ©Shein

▲ 인플루언서 활용의 잘못된 예 '쉬인(Shein)'
H&M과 자라(Zara)에 이어 전 세계 수억명이 넘는 고객을 빠르게 끌어 모은 중국의 초저가 패스트 패션 브랜드 쉬인(Shein)은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어설픈 마케팅으로 역풍을 맞았다. 쉬인은 공장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노동 환경을 제공한다는 비판을 받자, 미국의 인기 인플루언서들을 해외 공장으로 초대했다. 케냐 프리먼(Kenya Freeman)과 다니 카보나리(Dani Carbonari) 등을 포함한 인플루언서들이 쉬인 공장을 견학한 뒤 소셜미디어를 통해 쉬인의 공장 직원 처우에 대해 극찬하는 리뷰를 올렸지만, 많은 소셜미디어 사용자들은 이를 강력하게 비판하며 오히려 뭇매를 맞았다. 쉬인의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진정성 없는 어설픈 홍보라는 비판을 받았고,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는 크게 하락했다.

현재 쉬인은 미국 증시에 기업 공개(IPO)를 신청하고 900억 달러(한화 약 117조3600억원)의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008년 중국인 쉬양텐(Chris Xu)이 설립한 쉬인은 2012년 온라인 패션 사이트로 공식 출범했으며, 오프라인 매장 한 곳 없이 지난해 전 세계 150여 국에서 230억 달러(약 29조992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쉬인의 기업 공개가 성사되면 앞서 2021년 중국 차량 공유 기업 디디추싱 이후 미국에 상장하는 중국 기업 중 시가총액이 가장 클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로고. ©마이크로소프트

▲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의 인공지능(AI)이 저지른 끔찍한 실수
인공지능(AI) 기술의 진화는 마케팅 업계에 새롭고 놀라운 바람을 몰고 왔다. 그러나 '마케팅의 만능 도구'로 불리는 AI가 늘 훌륭한 결과만을 가져온 것은 아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MS)다.

가디언(The Guardian)지는 호주 시드니의 한 고등학교에서 머리를 크게 다쳐 숨진 채 발견된 21세의 수구 코치 릴리 제임스(Lilie James)에 대한 뉴스를 보도했다. 문제는, 해당 기사 옆에 등장한 AI가 생성한 설문조사였다. 생성형 AI는 독자들에게 '살인이나 자살, 또는 사고 등 여성의 죽음의 원인을 선택해달라'는 설문을 제시했다. 설문을 본 독자들은 즉시 가디언지에 강력하게 항의했고, 가디언 측은 MS가 제공하는 자동화된 여론조사 시스템에 책임이 있다고 말하며 이로 인해 '평판을 심각하게 훼손 당했다'고 주장했다. 

가디언 호주의 레노어 테일러(Lenore Taylor) 에디터는 이번 사건에 대해 "AI가 얼마나 신뢰할 수 없는 것인가를 보여주며, 사건의 모든 관계자들에게 고통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MS는 부적절한 콘텐츠의 원인을 조사하고 있으며, 뉴스 기사에 대한 AI 생성 여론조사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MS의 이번 사례는 민감한 사안에 있어 AI를 활용할 때 어떤 점을 주의해야 할 지에 대해 큰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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