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성공시키려면 사람들을 웃게 하라!… '조이코노미(joyconomy)'의 시대
브랜드를 성공시키려면 사람들을 웃게 하라!… '조이코노미(joyconomy)'의 시대
  • 권경은
  • 승인 2023.08.0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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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 라이언즈 2023 수상작 트렌드로 살펴 본 '조이코노미' 트렌드
칸 라이언즈 2023 현장 사진. ⓒCannes Lions

올해 칸 라이언즈의 키워드 중 하나는 '유머'였다. 유머 광고가 대세인 이유는 심각한 갈등과 위기 상황이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BBDO 월드와이드 CEO인 앤드류 로버트슨(Andrew Robertson)는 올해 칸 라이언즈 세미나에서 "전세계적으로 불행한 일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유머 광고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CEO뿐 아니라 조사업체, 대행사, 업계지 등은 올해 칸 라이언즈 랩업 리포트를 통해 유머 광고가 트렌드라고 분석했다.

WPP에서도 올해 칸 라이언즈 보고서를 통해 유머 광고를 키워드로 꼽으며 "팬데믹과 목적 기반 마케팅에 밀려났던 유머가 다시 주류로 등장했다"고 봤다. 더 나아가 유머 광고의 인기는 조이코노미 (joyconomy)의 징후라고 진단했다.

'조이코노미'는 '조이(joy)'와 '이코노미(economy)'를 합친 말로, 분더먼톰프슨(Wunderman Thompson)에서 만든 신조어다. 올해 초 WPP 산하 대행사 분더만톰슨에서는 2023년을 '조이코노미'의 해가 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칸 라이언즈 필름 부문 관련 조직인 시스템1(System 1)에서는 "유머가 목적을 뒷전으로 밀어내면서 중요한 요소로서 떠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스템1은 필름 부문 수상작들이 심사위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들에게도 호응을 얻는지를 조사하는 조직으로서 '테스트유어애드(Test Your Ad)'라는 플랫폼을 통해 영상 광고에 대한 감정 반응을 측정한다.

마케팅 조사업체인 WARC는 지난 달 말 피드를 통해 브랜드에서 '목적(purpose)'을 밀어붙이는 시대는 끝났다고 진단하며 이제는 유머와 목적을 결합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WARC에 따르면 올해 칸 수상작 중 반 이상(52%)을 유머 광고가 차지했다. 지난해 유머 광고는 수상작의 43% 정도였고, 금상 이상의 수상작 중에는 10%에 불과했다.

WARC는 대표적 유머 소구 광고로서 필름 부문 그랑프리를 받은 애플의 'R.I.P. 레온(R.I.P. Leon)'를 꼽았다. R.I.P.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의미로 부고를 알리는 표현으로 도마뱀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애플 아이폰의 기능을 보여준다. 2007년 퍼블리시스(Publicis) 방콕 광고인 '세익스피어 풍의 도마뱀(Shakespearean Gecko)'도 도마뱀의 죽음이라는 소재를 통해 천장 자재 기능을 광고해 은사자상을 받은 바 있다.

WARC에서는 유머 소구로 상을 받은 사례로 B2B HR 시스템인 워크데이(Workday), 뉴질랜드 보험회사인 파트너스 라이프(Partners Life) 광고 등을 꼽았다.

BBDO의 로버트슨 CEO가 칸 라이언즈 세미나를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유머 소구 광고는 브랜드 차별성을 높이며 각인 및 입소문 효과도 크다. 로버트슨 CEO는 조사업체 칸타(Kantar)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머 광고를 집행한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 차별성 지수가 더 높았다. 또한 응답자들의 90% 이상이 재미있는 광고를 더 잘 기억한다고 답했고 72% 이상이 유머 광고를 한 브랜드를 선택할 것이라고 했으며 80% 이상이 재미있는 광고를 추천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대부분(90% 이상)의 마케터들이 자신의 브랜드가 재밌기를 원한다고 답했다. 이에 더해 로버트슨 CEO는 유머 광고는 미디어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통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에서도 올해 칸 라이언즈를 정리하는 보고서를 통해 유머 광고에 주목하고 레거시 브랜드들에게 가벼운 톤의 커뮤니케이션을 할 것을 조언했다.

베인앤컴퍼니에서는 레거시 브랜드 캠페인으로서 하이네켄(Heineken)의 더클로저(The Closer), 하인즈(Heinz)의 드로우 케첩(Draw Ketchup)을 성공적인 사례로 꼽았다. 베인앤컴퍼니에서는 사람들이 가벼움과 즐거움을 원하는 때이므로 지속 가능성과 같이 무거운 주제도 재밌게 다룰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진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하는 기술을 배워야 하는 때이다.

한편 칸 수상작들의 유머가 일반적 사람들에게는 호응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크리에이티브 전문 매체인 크리에이티브풀(Creative Pool)에 따르면, 참여형으로 별점을 매기는 시스템1의 '테스트유어애드' 플랫폼에서, 수상작들 평균 별점 점수(2.1)는 전체 평균(2.2)보다 낮았다. 또한 칸 라이언즈 수상작 중 4점 이상을 받는 작품은 1편 뿐이었다. '테스트유어애드' 플랫폼에서 가장 높은 별점 점수(4.7)를 받은 캠페인은 맥도날드의 '레이즈유어아치스(Raise Your Arches)'로, 올해 칸에서는 브론즈 라이언을 받았다.

크리에이티브풀(Creative Pool)에서는 수상작들의 점수가 낮은 이유에 대해, 수상작들의 경우 유머 뿐아니라 두려움,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섞여 있는 복합 감정적 소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복합적인 감정이 들어 있는 유머가 엣지(edge)있어 보이지만 이러한 유머가 마케터 외 사람들에게도 통한다고 여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머 광고의 시대가 열리면서 BBDO의 로버트슨 CEO는 내년부터 유머 활용(best use of humour) 부문도 개설해 상을 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재미진 콘텐츠를 만드는 일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칸 라이언즈를 찾은 넷플릭스 CEO는 웃음 코드는 나라마다, 또 집단마다 다르기 때문에 만들기 가장 어려운 콘텐츠로 코미디를 꼽았다. 올해 마케터들에게는 생성형 AI라는 난제뿐 아니라 사람들을 웃게 해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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