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키와 마세라티, 본질적 판매 전략은 같다"… 모든 브랜드에 적용 가능한 6가지 마케팅 법칙
"나이키와 마세라티, 본질적 판매 전략은 같다"… 모든 브랜드에 적용 가능한 6가지 마케팅 법칙
  • 김수경
  • 승인 2023.06.0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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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전 CMO 다비데 그라소 마세라티 CEO가 밝힌 '마케팅의 지혜'
"브랜드 관리시, 무엇이 브랜드를 활성화하는지에 집중해야"
모든 브랜드에 적용할 수 있는 6가지 마케팅 인사이트 공유
다비데 그라소(Davide Grasso) 마세라티 CEO. ⓒAdweek

"최고가 되길 원하는 브랜드를 관리할 때는 무엇이 브랜드를 활성화하는지에 집중해야 합니다. 철학적 측면에서 운동화와 고급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 사이에는 생각만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본질은 같습니다."

10만원 짜리 나이키(Nike) 운동화와 3억 짜리 마세라티(Maserati) 자동차를 판매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은 어떻게 다를까? 세계 1위 스포츠 브랜드 나이키의 전 최고 마케팅 책임자(Chief Marketing Officer, CMO)를 지낸 다비데 그라소(Davide Grasso) 마세라티 최고경영자(Chief Executive Officer, CEO)가 어느 브랜드에나 적용할 수 있는 마케팅의 지혜 6가지를 공유했다.

1. 다른 분야의 트렌드라도 우리 브랜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글로벌 럭셔리 자동차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이하 SUV)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마세라티의 경우, 지난해 전세계 판매량의 60%가 SUV였다. 다비데 그라소는 청바지 트렌드에서 다가올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읽고 SUV의 인기를 내다봤다.

"20년 전 미국에는 100달러(한화 약 13만원) 넘는 청바지 브랜드가 2~3개 정도 있었는데, 지금은 1000개가 넘습니다. 청바지나 후드티 같은 평범한 제품이 명품으로 진화할 수 있다면, 자동차도 마찬가지죠."

그의 예상대로 그간 실용적인 차량으로만 여겨졌던 SUV가 최근에는 사회적 지위를 나타내는 차량으로 탈바꿈했다. 지금 당장은 관련없어 보이는 다른 브랜드들의 변화 방식을 살펴볼 것을 다비데 그라소는 제안했다. 한 분야에서의 변화는 다른 분야로 쉽게 퍼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2. 브랜드를 팔지 말고 '브랜드의 의미'를 팔아라

다비데 그라소는 마세라티 CEO가 된 후 '고객이 왜 마세라티를 선택하는가'에 대해 면밀히 검토했다. '눈에 띄는 차를 갖고 싶어서'와 같은 표면적 이유는 극히 일부이고, 대부분의 마세라티 구매자들은 이탈리아산 자동차 브랜드의 유산인 '성능, 열정, 혁신, 디자인, 탁월함'을 소유하기 위해 마세라티를 원한다고 결론지었다.

"마세라티의 비즈니스는 자동차 판매가 아니라, 명품(luxury)을 판매하는 것입니다. 자동차를 팔면 매출이 늘겠지만, 명품을 팔면 수익이 늘어납니다. 우리는 매출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희소성을 관리합니다. 마세라티는 시장의 수요보다 한 대 더 적은 자동차를 판매하고 싶습니다." 

고객이 구매하는 것은 단지 제품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브랜드가 나타내는 의미에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마세라티

3. 소비자는 변화를 거부할 수도 있다. 그들에게 선택권을 부여하라.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와 마찬가지로 마세라티도 전기자동차로의 진화에 전념하고 있다. 마세라티는 2024년까지 모든 자동차 모델에 전기차 버전을 추가하고,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생산을 중단하고 모든 차량을 전기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같은 기술적 변화가 모두에게 익숙한 것은 아니다. 이에 다비데 그라소 CEO는 모든 운전자에게 리튬 배터리가 들어가는 전기차를 강요하는 대신, 가스차와 전기차 버전이 모두 가능한 그란투리스모(GranTurismo)를 제공하고자 했다. 

마세라티의 그란투리스모 모데나(Modena)와 트로페오(Trofeo) 모델은 마세라티가 설계하고 생산한 네튜노(Nettuno) 트윈 터보 V6 가솔린 엔진을 제공하며, 그란투리스모 폴고레(Folgore, 이탈리아어로 '썬더볼트'라는 뜻)는 800볼트, 3개의 모터를 갖춘 파워트레인을 제공한다.

"전세계 자동차 시장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이 전기차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각 지역마다 변화의 속도는 다르죠. 그 여정 속에서 소비자들이 소외되지 않도록 기술 변화에 더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4. 진정성은 디테일에 있다 

맥킨지(McKinsey)의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럭셔리 자동차 구매자의 40%는 전기차를 구매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 수치는 18개월 내 50%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마세라티는 브랜드 헤리티지의 상당 부분이 자동차 경주에서 비롯된 만큼, 엔진에서 나오는 특유의 굉음은 큰 상징성을 갖는다. 때문에 마세라티 차량이 모두 전기차로 바뀌게 될 경우, 엔진 사운드를 대체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로 꼽힌다.

마세라티 내부의 혁신 연구소는 막대한 자원을 투입해 마세라티 V8 엔진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고급 신시사이저로 만들어 낸 정교한 신호 처리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V8 엔진 사운드를 만든 뒤, 차량 내외부로 울려퍼지도록 적용했다.

다비데 그라소 CEO는 차량에 V8 엔진을 장착하지 않더라도 실제 엔진이 내는 소리에 가까운 사운드를 만드는 것이 충분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꾸며낸 것이 아니라, 진짜와 꼭 같아야만 합니다. (마세라티 V8 엔진 소리를) 만드는 데 18개월이 걸렸고, 우리는 결과물에 매우 만족했습니다."

5. 브랜드는 글로벌화 될 수 있지만, 고객들은 항상 현지에 있다

다비데 그라소 CEO는 나이키에서 배운 중요한 교훈을 마세라티에서도 적용하고 있다. 오랜 세월 큰 성공을 거둔 세계적인 브랜드일지라도, 고객들의 습성은 매우 지역적인 특성을 띈다는 것. 예를 들면, 축구 용품은 미국보다 유럽에서 더 빨리 팔리고 미식축구는 미국 외 다른 나라에서는 인기가 많지 않으며 농구화는 어느 나라에서나 인기가 많다.

마세라티는 지역별 고객들의 취향을 통해 더욱 섬세한 마케팅 인사이트를 이끌어냈다. 다비데 그라소 CEO에 따르면 대부분의 자동차 구매자들은 공통적으로 차량 내부 인테리어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이를 지역별로 보면 유럽인들은 운전석에 집중하는 반면, 중국인들은 뒷좌석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중국 시장에서 마세라티의 차량 디자인이 내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에 관해 이야기 할 경우, 중국 고객들의 취향에 초점을 맞춰 깊이 있는 정보와 스토리텔링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세계적인 브랜드라도 그들의 실적은 지역 고객들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6. 일반 직원들은 CMO가 모르는 것들을 알고 있다 

다비데 그라소 CEO는 "훌륭한 마케팅 책임자가 되기 위해서는 직원과의 대화를 멈추고 일단 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고객과 직접 대면하고 대화를 나누는 일선 직원들에게서 배울점이 있다는 것이다.

"진짜 지식은 본사가 아닌, 고객과의 만남에서 생겨납니다. 문서 중심의 경영은 독이 될 수 있으며, 자만심 또한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나이키 브랜드 마케팅 디렉터로 커리어를 시작한 다비데 그라소 CEO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포함해 나이키의 아시아퍼시픽 마케팅을 담당했으며 나이키의 글로벌 축구 사업 확장을 이끈 인물이다.

그는 2013년부터 3년 간 나이키 CMO를 맡았으며 나이키가 2003년 인수한 컨버스(Converse) CEO 겸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19년 3월 마세라티 CEO로 합류했다. 당시 마세라티는 럭셔리카 브랜드들의 약진 속에서 브랜드의 정체성 위기를 겪으며 영업 손실을 입고 있었다. 

다비데 그라소 CEO는 취임 직후 마세라티의 오랜 품질 문제를 해결하고 제품 라인업을 확대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업체와 마세라티 브랜드를 차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마세라티는 2021년 흑자로 돌아섰고 2022년 순이익은 2억2000만 달러(약 2904억원)를 기록하는 등 브랜드 이미지 쇄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세라티는 2021년 피아트 크라이슬러(Fiat Chrysler)와 PSA그룹(Groupe PSA)의 합병으로 탄생한 글로벌 6위권 완성차 회사인 스텔란티스(Stellantis) 산하 럭셔리카 브랜드다. 스텔란티스는 마세라티를 비롯해 푸조, 크라이슬러, 피아트, 지프, 시트로엥 등 14개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583만9000대를 판매했고 순이익은 180억 달러(약 24조원)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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