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사용료는 이중 과금"… 넷플릭스, '망 중립성'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다
"망 사용료는 이중 과금"… 넷플릭스, '망 중립성' 논란에 정면으로 맞서다
  • 권경은
  • 승인 2023.03.0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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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디코딩]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글로벌 인터넷 트래픽 1·2위 넷플릭스와 유튜브… '망 사용료' 갈등 전면에 서
넷플릭스, MWC 2023서 '망 사용료' 문제에 정면 반박 나서
그렉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 CEO. ⓒ넷플릭스

스페인에서 열린 MWC(Mobile World Congress)'가 지난 2일(현지시간) 폐막한 가운데, 올해 참여사 중 언론의 관심을 끈 것은 단연 넷플릭스였다.

이동통신사들의 축제에서 넷플릭스가 주목 받은 이유는, 넷플릭스가 기조연설을 통해 인터넷 망(네트워크) 이용료 부가 문제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현재 넷플릭스는 SK브로드밴드와 망 이용료 문제로 국내에서 법정 분쟁을 벌이고 있다. 2021년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내야 한다는 1심 판결이 나왔고 이에 넷플릭스가 항소해 2심이 진행되고 있다.

MWC에서 넷플릭스 공동 CEO인 그렉 피터스(Greg Peters)는 '망 이용료'를 "이중 과금", "통신사에 대한 세금"이라고 지칭했다. 더 나아가 유료 TV 시절에는 콘텐츠 제작비를 TV 네트워크 방송국에서 오히려 콘텐츠 회사에게 지불했다고 말했다. 이동통신사 측에서 자신들에게 콘텐츠 제작비를 줘야 한다고 반박한 것이다.

이동통신사와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콘텐츠 사업자 간의 망 이용료를 둘러싼 갈등은 '망 중립성(Net Neutrality)' 원칙을 배경으로 한다. '망 중립성' 원칙은 2003년 미국에서 등장한 원칙으로 이후 서구와 국내에서 인터넷 정책의 원칙으로 채택됐다. 통신(인터넷 망) 사업자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모든 사업자나 사용자의 접속과 트래픽을 차별 없이 동등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망 중립성' 원칙 덕분에 빅테크 회사들이 엄청난 인터넷 트래픽을 만들어 내면서 성장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동통신사들은 트래픽으로 인해 자사 투자 비용이 증가하게 됐다며 콘텐츠 사업자들이 인터넷 망을 이용한 만큼 이용료를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러한 갈등과 논란으로 인해 2017년 미국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 중립성' 원칙을 폐기했고, 통신사 등 인터넷 사업자들은 콘텐츠 사업자들에게 사용량, 속도 등에 따라 요금을 차별적으로 부가할 수 있게 됐다.

정부의 결정으로 인해 인터넷 사업자와 콘텐츠 사업자 간의 갈등이 종료되는가 했지만, 소비자들이 정부의 결정에 반발하고 나서며 상황이 더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관련해 버거킹에서는 '망 중립성' 원칙 폐지를 비판하는 내용의 '와퍼 중립성(Whopper Neutrality)'이라는 광고를 내놨다. 국내 소비자들도 해외 콘텐츠 사업자들이 구독료를 높이거나 영상 품질을 낮추는 등 소비자들에게 피해가 돌아올 것이라고 보고 '망 중립성' 폐지를 반대하고 나선 상태다.

시장 조사업체인 스태티스타(Statista)가 최근 인용한 자료에 따르면, 넷플릭스 이용량은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스태티스타는 SK텔레콤의 협력업체이자 네트워크 솔루션 회사인 '샌드바인(Sandvine)'의 보고서 '글로벌 인터넷 페노미나(Global Internet Phenomena)'의 내용을 분석해 발표했다.

2022년 인터넷 트래픽 비중  ⓒ스태티스타

지난해 전세계 인터넷 트래픽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애플리케이션 순위는 넷플릭스(14.9%), 유튜브(11.6%), 제네릭 QUIC(5.9%), 디즈니+(4.5%), 틱톡(3.9%)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서비스 항목별로 분석한 결과 영상물(65.93%), 상거래(5.83%), 게임(5.58%), SNS(5.26), 클라우드(4.98%) 순으로 나타났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데이터 이용량 추이. ⓒSandvine

이러한 자료를 보면 넷플릭스, 유튜브 등 동영상 서비스들의 인터넷 트래픽이 많을뿐 아니라 데이터 이용량이 점점 더 증가하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망 이용료에 대한 갈등에 있어서 넷플릭스가 전면에 서게 된 것이 억울할 수도 있다. 넷플릭스는 다른 빅테크 회사와 다르게 그간 광고비 수익 없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넷플릭스 공동 CEO는 이번 MWC에서 넷플릭스만의 특징인 '콘텐츠 기획 및 프로덕션 회사'와 같은 차별점을 부각시켰다.

'망 중립성'을 둘러 싼 국내 정책과 입법 방향이 어떻게 흘러갈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