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 탄생] "영감(靈感)을 주는 도구를 팝니다"…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
[브랜드의 탄생] "영감(靈感)을 주는 도구를 팝니다"… 포인트오브뷰 김재원 대표
  • 김수경
  • 승인 2022.12.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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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수동의 자랑' 된 포인트오브뷰, 유행 대신 취향 좇아 차별화
새로운 관점으로 창작의 도구 바라볼 수 있는 문화적 공간으로 주목
"영감 얻고 싶을때 산책하듯 들러 무언가 얻을 수 있는 공간 되길"
포인트오브뷰 성수. ⓒ포인트오브뷰

브랜드 홍수의 시대. 매일 무수한 브랜드들이 새로 등장하고 조용히 사라지기도 합니다. 척박한 사업 환경과 무한경쟁 속에서 신생 브랜드가 단단히 뿌리 내리고 싹을 틔울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요? '브랜드의 탄생'에서는 작지만 강한 힘을 지닌 한국 브랜드들을 소개하고, 브랜드 고유의 크리에이티비티와 무한한 가능성을 공유합니다. <편집자주>

'힙스터(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사람들)의 성지'가 된 서울 성수동. 이 곳에서 태어난 브랜드 '포인트오브뷰(Point of View)'는 힙스터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브랜드의 이름도, 콘셉트도, 제품도 유행 대신 취향을 좇는다. 문방구의 형태를 갖추고 있지만 문방구는 아니라는 '포인트오브뷰'.

브랜드브리프는 서울 성수동 본사에서 김재원 포인트오브뷰 대표를 만나 브랜드의 탄생과 성장에 관한 인사이트를 공유했다.

어릴적 문구류에 푹 빠져 문방구 사장을 꿈꿨다는 김재원 대표. 그는 성수동이 수공업 공장지대에서 막 힙플레이스로 변신하기 시작했던 2014년, 카페 '자그마치'를 론칭했다. 이후 '오르에르'와 '오드 투 스윗'까지 카페 사업을 확장하면서도 마음 한 켠에 있던 문방구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았다.

김재원 대표는 "당시 대림창고, 어니언 등 성수동을 대표하는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성수동을 찾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기 시작했다"며 "카페에 온 손님들이 성수동에 가볼만한 곳을 추천해달라고 할 때마다 먹고 마시는 것 외엔 즐길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보고 경험하고 즐길 수 있는 성수동만의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8년 포인트오브뷰를 열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재원 포인트오브뷰 대표. ⓒ정상윤 기자

포인트오브뷰 오픈 당시 알파문구, 오피스디포 같은 문구점이나 최저가 온라인숍과 비교하며 사업적 가능성에 의문을 품었던 시선도 적지 않았다. 포인트오브뷰는 특정 문구류를 사기 위해 목적을 갖고 방문하는 구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이름처럼 새로운 관점으로 도구를 바라볼 수 있는 문화적 공간을 목표로 했다.

고객들이 물건을 단순히 소비하는 것을 넘어, 산책하듯 매장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새로운 관점을 향유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기를 바란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포인트오브뷰 매장은 일반 문구점에선 볼 수 없는 다양한 해외 브랜드 제품부터 포인트오브뷰의 심볼인 '세잔의 사과'가 새겨진 자체 상품까지 창의성을 자극하는 문구류로 가득 차 있다. 여기에 섬세하고 감각적인 인테리어와 스토리텔링이 있는 제품 디스플레이, 잔잔한 음악까지 어우러져 마치 전시회장에 온 듯 한 분위기를 낸다.

김 대표는 "똑같은 펜이라도 실용적 관점과 심미적 관점에 따라 역할이 달라진다. 단순히 글씨가 잘 써지는 1차원적 역할을 넘어, 펜의 디자인이나 소재가 창작의 영역을 넓혀줄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다양한 각도, 다양한 관점에서 도구를 바라보고, 실용적 역할뿐만 아니라 창작자의 마음을 자극하고 생각을 환기시켜줄 수 있는 도구들을 큐레이션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인트오브뷰의 시작은 소박했다. 카페 오르에르 건물 2층 한 쪽에 작은 매장을 꾸렸고, 간판도 없이 말 그대로 '아는 사람만 아는' 브랜드로 시작했다. 제대로 된 홍보나 마케팅을 하기 어려웠던 시절, 김 대표는 포인트오브뷰를 알리는 유일한 홍보 채널로 인스타그램을 활용했다.

그는 "간판도 없는 매장을 오로지 장소 태그만 보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많았고,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사업 제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며 "인스타그램으로 소통하며 우리 브랜드의 팬을 만들고, 생각지 못했던 글로벌 홍보까지 되면서 작은 브랜드로서는 흔치 않은 다양한 사업적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고 전했다.

김재원 포인트오브뷰 대표. ⓒ정상윤 기자

포인트오브뷰는 지난해 2월 오픈한 더현대서울에 두 번째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최근엔 성수 본점을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면서 큰 전환점을 맞았다. 더현대서울점은 홈그라운드를 벗어나 완전히 새로운 환경, 새로운 고객을 마주하면서 브랜드 영역을 확장시킨 계기가 됐고, 성수점 리뉴얼은 브랜드의 지속가능성을 확인시켜줬다.

김 대표는 "성수점 리뉴얼 후 '포인트오브뷰는 성수동의 자랑'이라는 고객들의 피드백을 받고 큰 감동을 느꼈다"며 "성수동에도 점점 트렌드를 좇는 매장들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때일수록 콘텐츠 중심의 공간들이 힘을 가져야 그 동네가 지속가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포인트오브뷰가 그 역할을 더욱 즐겁게 해나가야겠다는 일종의 사명감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재원 포인트오브뷰 대표. ⓒ정상윤 기자

오롯이 김 대표의 취향과 어릴적 꿈으로부터 출발했던 포인트오브뷰는 이제 성수동을 대표하는 브랜드로서 다양한 이들의 취향과 꿈을 지지하는 공간을 꿈 꾸고 있다.

김재원 대표는 "요즘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MZ세대의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흘러간 가요를 찾아 듣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을 즐기기도 한다"며 "포인트오브뷰는 트렌드를 좇기 보다는 다양한 취향을 가진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과 함께 즐겁게 나이 들어 가는 브랜드를 꿈꾼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예술적 영감을 얻고 싶을 때 산책하듯 포인트오브뷰에 들러, 무언가를 얻어갈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고 웃으며 말했다.

포인트오브뷰 성수. ⓒ포인트오브뷰
포인트오브뷰 성수. ⓒ포인트오브뷰
포인트오브뷰 성수. ⓒ포인트오브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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