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백업하라!"… 스마트폰으로 문화유산 지키고 전쟁 현장을 기록하다
"우크라이나를 백업하라!"… 스마트폰으로 문화유산 지키고 전쟁 현장을 기록하다
  • 은현주
  • 승인 2022.12.05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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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라이언즈 심사위원장 인터뷰
美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버추 월드와이드·3D 스타트업 폴리캠·유네스코 협력
"문화유산뿐 아니라 전쟁의 참혹한 현장도 기록"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됐을때 미국의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버추 월드와이드(VIRTUE WORLDWIDE)는 한데 모여 아이디어 회의를 시작했다. 하루종일 이어진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 중 하나는 2022년 세계 최고·최대 크리에이티비티 페스티벌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에 이른다.

칸 라이언즈 한국사무국은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 더워크(The Work)에서 공개한 각 부문 심사위원장과의 인터뷰 콘텐츠 '라이언즈 언락드'(LIONS UNLOCKED)의 내용 중 일부를 소개한다.

디지털 크래프트 라이언즈(Digital Craft Lions)는 아이디어의 기술적 완성도를 중요시하는 어워드 부문이다. 출품작들은 디지털 환경의 독특한 구성과 기능들을 보여줘야 하며 동시에 디자인적으로도 물론 완벽함을 추구해야한다. 심사위원들은 크게 아이디어의 실행과 사용자 경험 2가지로 기준을 나눠 작품을 심사한다. 

2022년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루시아나 아기아라(Luciana Haguiara) 미디어 몽크스(Media.Monks) ECD. ⓒCANNES LIONS
2022년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루시아나 아기아라(Luciana Haguiara) 미디어 몽크스(Media.Monks) ECD. ⓒCANNES LIONS

2022년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심사위원장을 맡은 루시아나 아기아라(Luciana Haguiara) 미디어 몽크스(Media.Monks) ECD는 "사람들이 온라인 환경에 더욱 익숙해지고 메타버스의 등장 등으로 디지털 크래프트 출품작 수가 많아졌다"며 "수많은 좋은 아이디어 중에서도 사람들의 현실적인 삶의 문제해결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에 중점을 두고 작품을 심사했다"고 후기를 전했다.

그는 2022년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에서 인상적이었던 3가지 특징을 소개했다.

▲다양성·포용성을 주제로한 작품이 많았다. 특정인을 대상으로 한 기술이 아닌 누구나 쉽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아이디어들이 눈에 띄었다.
▲테크놀로지를 활용한 새로운 엔터테인먼트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루시아나 심사위원장은 AB인베브의 '매켄로vs매켄로(McEnroe vs McEnroe)'를 언급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디지털 환경에서뿐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로 활용했다. 그랑프리를 수상한 '백업 우크라이나'를 언급했다. 

제목: 백업 우크라이나(Backup Ukraine)
출품사: VIRTUE WORLDWIDE, NEW YORK
브랜드: POLYCAM X UNESCO
수상: 2022 디지털 크래프트 라이언즈(Digital Craft Lions) 그랑프리·실버 라이언 외 8개 라이언 수상


미국의 크리에이티브 대행사 버츄 월드와이드는 3D 스캐닝 프로그램 스타트업인 폴리캠(Polycam), 유네스코(UNESCO)와 함께 전쟁으로 파괴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복구할 수 있는 백업(Back-up) 방안을 마련했다.

백업이란 대개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 등으로 원본 데이터가 손상되는 것을 대비해 미리 자료를 복사하여 따로 보관하는 것을 의미한다.

2022년 칸 라이언즈 디지털 크래프트 부문 그랑프리를 수상한 '백업 우크라이나'는 말 그대로 우크라이나 복원을 위한 자료 저장 프로젝트인 셈이다.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전쟁이 시작되면서 우크라이나 국민들은 문화유적지와 유물들을 비닐과 담요 등으로 감싸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 했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파괴와 손실을 막는 것은 불가능하다. 당장 전쟁을 중재하거나 멈출 수 없다면 이를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버츄 월드와이드 에이전시는 폭발물이 닿을 수 없는 곳으로 디지털 환경을 제안했다. 인터넷으로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 활용해 우크라이나 곳곳을 촬영한 3D 데이터를 저장해 두는 것이다. 

전쟁 전에는 문화유산을 관리하고 보존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이었다면 지금과 같은 전시에는 정부의 관리가 여의치 않은 형편이기에 '백업 우크라이나'는 특정 몇몇 사람이 아닌 우크라이나 국민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했다.

폴리캠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사물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이름과 장소등을 태그하여 업로드하면 된다. ⓒPolycam
폴리캠 프로그램을 통해 원하는 사물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고 이름과 장소등을 태그해 업로드하면 된다. ⓒPolycam

대행사가 제출한 칸 라이언즈 출품신청서에 따르면 폴리캠은 '백업 우크라이나' 용으로 맞춤 제작한 3D 사진 측량 알고리즘을 우크라이나 전역에 무료로 배포했으며 우크라이나에 있는 누구나 약간의 3D 모델링 캡처 방법을 숙지하고 나면 값비싼 장비로 전문가가 촬영한 것과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3D 스캐닝 자료는 지리 기반의 온라인 아카이브에 고화질의 블루프린트로 저장되고 전쟁 종료 후에는 필요한 기관에서 복구를 위해 다운받을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했다. 또한 자칫 스파이로 오해받지 않고 자유롭고 안전하게 촬영할 수 있도록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Kyiv)의 문화담당 정부기관과 협력해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백업 우크라이나' 캠페인은 론칭 후 10일만에 전세계 언론을 통해 170여개 이상의 기사로 소개됐고 소셜미디어에서는 2500회 이상 공유 됐으며 해당 캠페인 소개 영상은 32만5000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했다. 캠페인 초기 135명의 시민들이 자원봉사자로 등록해 3D 스캐닝에 참여했으며 5곳의 3D 스캐닝 업체에서 장비, 기금 지원으로 동참의 뜻을 밝혔다. 

(왼쪽부터) 애니 스미스(Annie Smith) 라이언즈 어드바이서리 콘텐트 담당, 루시아나 아기아라(Luciana Haguiara) 디지털 크래프트 심사위원장, 몰튼 그루백(Morten Grubak) 버츄 월드와이드 글로벌 ECD. ⓒCANNES LIONS
(왼쪽부터) 애니 스미스(Annie Smith) 라이언즈 어드바이서리 콘텐트 담당, 루시아나 아기아라(Luciana Haguiara) 디지털 크래프트 심사위원장, 몰튼 그루백(Morten Grubak) 버츄 월드와이드 글로벌 ECD. ⓒCANNES LIONS

'백업 우크라이나'를 제안한 버츄 월드와이드의 몰튼 그루백(Morten Grubak) 글로벌 ECD는 "백업 우크라이나는 지금도 진행중"이라며 "사용자들은 문화유산뿐 아니라 무기를 실은 탱크, 사고현장 등 전쟁의 참혹한 현장을 기록해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2022년 7월 VR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약 6000여명 이상의 사용자들이 계속해서 '백업 우크라이나' 앱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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