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금융업계가 '성소수자'를 응원하는 방법
보수적인 금융업계가 '성소수자'를 응원하는 방법
  • 김희연
  • 승인 2021.11.12 07: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칸 라이언즈 수상작품으로 보는 금융 캠페인
성소수자·가정폭력·자금세탁 문제까지··· 사회적 문제 해결 나선 금융사
공감·상호작용·감동적인 스토리텔링이 키워드

세계 최대의 크리에이티비티 축제인 칸 라이언즈(The Cannes Lions International Festival of Creativity)는 'Finance with feeling'을 주제로 역대 수상작들 중 공감, 상호작용 및 감동적인 스토리텔링으로 사람들을 사로잡은 다섯 작품을 선정해 칸 라이언즈 아카이브 더워크(The Work)에 소개했다.

1. 진정한 이름 (TRUE NAME)
출품사: 케첨 뉴욕 (KETCHUM NEW YORK)
브랜드: 마스터카드 (MASTERCARD)
수상: 2021년 칸 라이언즈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Brand Experience & Activation)부문 그랑프리 외 6개 수상

지속적으로 성소수자(LGBTQIA+) 커뮤니티를 지원하고 있는 마스터카드(Mastercard)는 사람들의 실제 경험을 이해하는 것이 진정성을 보여주는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스터카드는 트렌스젠더 고객들로부터 자신의 정체성과는 다른, 법적 이름이 적혀 있는 카드를 사용할 때 안전에 위협을 받은 경험을 전해 들었다.

트렌드젠더 중 32%는 법적인 이름이 그들의 외모와 일치하지 않아 서비스 거부, 모욕 또는 폭행 등을 당한다고 한다. 그들에게는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신체적인 안전의 문제와 직접적으로 연결 돼 있는 것이다.

캠페인을 대행한 케첨 뉴욕은 성소수자가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이름을 카드에 쓸 수 있는 '진정한 이름(True Name)' 캠페인을 기획했다.

마스터카드는 신용카드를 직접 발급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과의 협업이 필요했다. 처음에 은행들은 관심을 갖긴 했지만 캠페인에 참여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믿은 마스터카드는 캠페인을 먼저 발표한 후 은행의 도움 없이는 진행될 수 없음을 적극 알려 협업을 이끌어냈다.

이 캠페인은 성소수자 커뮤니티와 문화에 중요하고 즉각적인 영향을 미쳤다. 마스터카드는 세계 여러 나라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진행했고 심지어 경쟁업체인 비자 그리고 다른 은행들이 유사한 상품을 시장에 출시함에 따라 금융업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었다.

2021 브랜드 익스피리언스&액티베이션에서 그랑프리 외에도 6개 상을 수상한 이 캠페인에 대해 더워크는 "브랜드가 사회적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2. 그 사람의 입장이 된다면(IN SOMEONE ELSE'S SHOES,2020)
출품사: 스튜디오 테시스 상 파울로 (STUDIO TESIS SAO PAULO)
브랜드: 산탄데르 (SANTANDER)
수상: 2020년 칸 라이언즈 아웃도어(Outdoor)부문 실버 라이언

UN에 따르면 여성에게 가장 위험한 장소는 집이다. 가정폭력을 겪는 미국 여성들이 가정을 떠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문제 때문이다. 재정적 학대는 피해자가 안전하게 탈출하거나 그들의 삶을 재건하는 것을 거의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다.

산탄데르 은행은 피해자가 안전하게 탈출하거나 삶을 재건하는 것이 재정적 학대로 인해 불가능하다는 인사이트에 기반해 여성이 재정적 자유를 되찾고 가정 폭력 없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소액 대출 및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대행사 스튜디오 테시스 상 파울루에 따르면 캠페인의 첫 번째 목적은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었다. 대행사는 뉴욕 금융 지구의 중심부에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는 1200 평방 피트의 집을 지었다. 내부에는 생존자 7명의 실제 이야기가 담긴 오디오가 방문객들을 맞았다. 이들은 폭력적인 가정에서 사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그리고 탈출이 쉽지 않은 이유에 대해 방문객들의 공감과 이해를 불러일으키고자 했다.

산탄데르 은행은 가정 폭력과 관련한 비영리 단체와 협력해 금융 교육 과정을 만들고 생존자가 직면한 재정적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소액 대출 프로그램에 자금을 지원했다. 산탄데르 은행은 이 캠페인 출시 후 24시간 만에 2000건의 소액 대출을 진행했다.

3. 돈의 어두운 면 (THE DARK SIDE OF MONEY,2020 )
출품사: N=5 암스테르담 (N=5 AMSTERDAM)
브랜드: ABN 암로 (ABN AMRO)
수상: 2020년 칸 라이언즈 크리에이티브 전략(Creative Strategy) 부문 그랑프리 외 1개 수상

매년 160억 유로의 범죄 자금이 네덜란드에서 세탁되고 있다. 마약 거래, 인신매매, 테러 등 불법 거래로 발생한 이 돈은 ABN 암로(ABN AMRO)와 같은 은행을 통해 합법적인 자금으로 바뀐다. 

최근 이러한 자금 세탁이 적발되면서 은행들은 고객 및 거래에 대한 심사를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대행사 N=5 암스테르담은 금융 범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ABN 암로의 활동을 알리는 한편 밀레니얼 세대가 금융 범죄 분석가 직무에 지원하도록 설득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자금 세탁의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는 단편 스릴러 시리즈 'The Dark Side of Money'를 공개했다. 영화는 의도적으로 '플롯 홀(Plot hole:잘못된 세부정보)'을 포함하고 있어 시청자들이 자신이 금융 범죄 분석가가 될 수 있을 만큼의 예리함을 갖췄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도록 했다.

2020년 크레이이티브 전략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이 캠페인은 매력적인 쌍방향 콘텐츠를 통해 밀레니얼 세대들과의 연결을 구축하는 방법을 보여줬다.

4. 첫번째 크리스마스, 2019 (FIRST CHRISTMAS, 2019)
출품사: 융 본 마트 비엔나 (JUNG VON MATT VIENNA)
브랜드: 에르스테 그룹 뱅크 AG (ERSTE GROUP BANK AG)
수상: 2019년 칸 라이언즈 필름(Film)부문 브론즈 라이언 수상

에르스테 그룹(ERSTE GROUP)의 #believeinyourself 캠페인의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의 꿈을 믿도록 격려하고 자신의 꿈을 믿어주는 파트너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함께 꿈을 현실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에르스테는 크리스마스 광고를 통해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력하는 정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캠페인의 주인공은 고슴도치 헨리(Henry)다. 크리스마스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날이지만 날카로운 가시를 가진 헨리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그의 가시에 찔릴까 봐 같은 반에 있는 다른 동물들이 피하기 때문이다. 고맙게도 다람쥐가 크리스마스 날 헨리에게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선물을 준다. 선물을 받은 헨리는 친구들과 함께 크리스마스를 즐길 수 있게 된다. 

따뜻한 내용을 담은 이 캠페인은 하룻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5억 건의 미디어 노출과 1억5000만 건의 조회 수에 도달했다.

5. 사랑의 표시 (SIGNS OF LOVE)
출품사: TBWA 오스트레일리아 (TBWA AUSTRALIA)
브랜드: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은행 (ANZ BANK)
수상: 2019년 칸 라이언즈 아웃도어(Outdoor)부문 골드 라이언 외 2개 수상

세계 최대 성소수자(LGBTQIA+) 축제 중 하나인 마디그라(Mardi Gras)의 주요 파트너인 ANZ 은행은 매년 캠페인을 통해 성소수자 커뮤니티를 후원하고 있다.

TBWA 오스트레일리아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ANZ 은행의 지원을 홍보하고 시드니를 넘어 다른 지역에도 마디그라에 대한 ANZ은행의 후원을 홍보하고자 했다.

마디그라는 매년 시드니(Sidney) 옥스퍼드 스트리트(Oxford Street)에서 열리고 있다. 대행사는 호주 전역에 122개의 옥스퍼드 스트리트가 있음을 알게 됐다. 이에 다른 지역에 있는 옥스퍼드 스트리트에 친숙한 성소수자 아이콘인 유니콘, 무지개 등을 3D 조각으로 만들어 설치했다.

조각을 설치한 후 구글과 함께 협력해 스트리트뷰로 이를 볼 수 있게 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지판들이 누군가에 의해 파괴되자, 대행사는 시드니 본다이(Bondi) 바닷가에 123개의 옥스포드 스트리트를 가리키는 6미터 높이의 '사랑의 표시'를 설치했다.

더워크는 "이 캠페인은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지원의 메시지를 확장하는 방법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관련기사